나는 영화 아바타를 두 번 보았다.
첫 번째는 친구들과 함께 자동차 극장에서 보았고, 두 번째는 자동차 극장에서 아바타를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인의 설득에 3D 디지털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또 한 번 보았다.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신세계는 아름다웠지만 어쩐지 떠오르는 영화들이 너무 많았다. 천공의 성 라퓨타가 떠올랐고 아바타는 마치 컴퓨터 게임 같았으며 서양의 시선으로 본 동양이 단지 오리엔탈리즘이듯 아바타에서 보이는 나비족들은 그들이 보는 동양사상과 샤머니즘의 짬뽕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래도 어쨌건. 아바타로 변신한 샘 워싱톤과 나비족 조 샐다나의 사랑 얘기는 이런저런 할 말이 많은 사랑이었다.

언젠가 소설에서 백 프로의 여자아이라는 대목을 읽은 적이 있다.
남자에게 있어 백 프로의 여자란 어떤 여자일까? 단순히 예쁘거나 착하기만 해서는 백 퍼센트라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비족의 조 샐다나는 어떤가. 그녀는 그야말로 백 퍼센트의 완벽한 연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설픈 샘 워싱톤을 도와서 나비 족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게 하고 나비 족의 정신을 전달하고 마침내 그가 도루코 막토가 되도록 해 준다.

물론 그들 사이의 갈등도 있었다. 샘 워싱톤이 왜 아바타가 되어 나비족에 침투했는지를 알았을 때, 그리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었을 때 조 샐다나는 마치 그를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화를 냈었다. 그러나 백 퍼센트의 완벽한 여자 친구답게 그녀는 다시 그를 사랑하고 그를 도와준다.

어디선가 많이 본 얘기 같지 않은가? 물론 다른 얘기들은 끝이 좀 다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여자 친구가 열과 성을 다해 남자친구가 잘 되기만을 도와주고, 마침내 그 남자가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루었을 때는 그녀를 배신한다. 그리고 더욱 더 괜찮은, 예전의 그녀가 만들어준 스펙에 알맞은 여자를 만나게 된다. 

사랑이 가장 완벽한 형태를 띤다면 아마 서로로 인해 발전하는 관계일 것이다.
그것이 정신적인 측면이건 아니면 세상이 말하는 어떤 성공과 목표의 달성에 있건 간에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계에서 우리는 발전 보다는 소모를 더 많이 하게 된다. 연인을 만나서 일이 잘 되기는커녕 연인 때문에 일을 소홀히 하게 되고, 처음에는 만나면 마냥 기쁘기만 하고 세상이 내 것 같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그리고 약간씩 피곤하고 귀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아바타의 주인공들은 같은 목표와 같은 세상에서 모든 걸 함께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혹은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완벽한 관계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서 샘 워싱톤과 조 샐다나가 만약 각자의 직장 같은 것을 가지게 되고 각자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그렇게 완벽한 관계가 되었을까? 그를 가르치는 임무를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았더라도 그들은 완전한 소통과 이해가 가능한 관계가 되었을까?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녀가 전혀 그를 질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의 목표는 오직 그의 완성에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평생 동안 습득한 것을 그가 단박에 습득함은 물론 마침내 도루코 막토가 되었을 때 그녀는 한없이 기뻐했다. 즉 자신의 발전 보다 연인의 발전을 더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그러니까 한쪽에서는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사랑이 있었기에 이들은 어떤 시련도 난관도 다 극복할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도 도루코 막토가 되고 싶었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면, 그리고 부족내 자신의 위치를 좀 더 곤고히 하기를 바랬다면 과연 그의 성공에 아무런 사심 없이 그렇게 기뻐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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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관계는 결혼을 통해서나 가능한지도 모른다. 아내들은 남편의 성공에 질투하지 않는다. 왜냐면 곧 그것이 자신의 성공과도 같기 때문이다. 남편은 승승장구 하는데 나만 정체되어있다고 고민하는 기혼 여성들을 나는 좀처럼 보지 못했다. 물론 속으로는 그들도 그런 고민을 하겠지만 적어도 그 고민은 현실적인 문제. 즉 남편의 성공으로 인해 더 나아지는 자신의 삶의 질에 대한 보장된 행복 보다는 약할 것이다.

이들의 완벽한 사랑은 어쩌면 한쪽의 완벽한 희생과 봉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두 사람이 경쟁 관계에 있었다면, 하나의 목표를 갖고 서로 그 목표의 꼭지점에 먼저 다다르기를 원했더라면 과연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에게 있어 목표란 오직 그의 성공과 행복이었다. 빨리 나비족에 완벽하게 적응하기를, 그리고 마침내는 나비족이 되고, 더 나아가 나비족 중에서도 가장 위대하다는 도루코 막토가 되기를 바랬기 때문에 그와 그녀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 그녀는 연인인 동시에 스승이자 엄마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그가 불만을 가진다면 그것은 너무 오래 봐서 식상하다 빼놓고는 아마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연애는 아마도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연애일 것이다.
행복도 성공도 모두 자기에게 집중이 되어있는 연애, 그리고 자신의 연인은 그것을 위해 옆에서 최선을 다해 서포터를 해 주는 연애. 하지만 이런 연애가 가능할까? 나비족이 살고 있는 그 완벽한 세계가 가공이듯, 우리의 이런 상상도 가공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만의 하나 연인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아마 보상심리를 갖게 될 것이다. 너를 만든 것은 나인데, 너를 위해 이만큼 참고 고생했는데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인가? 아마도 성공 그 이후의 달콤한 열매는 함께 나눠가지겠다고 생각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간의 희생과 노력에 대한 당연한 권리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 아바타가 끝내 완벽한 영화일 수 없었던 것은 앞에 나열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바타가 말 하는 사랑이 세상에 존재하기 힘든, 그리고 존재한다 하더라도 끝까지 희생과 봉사만을 하고 그 대가는 원하지 않을 사랑은 없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나비족과 나비족이 사는 완벽한 세상을 창조했다. 그 세상은 지상에는 없는 세상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완벽한 사랑을 창조했다. 이 세상에는 좀처럼 존재하기 힘든 사랑 즉 백 퍼센트의 연인을 만나는 것이다.

 

연애통신 여성 연애칼럼니스트, 방송인, 자유기고가


2010/03/08 14:11 2010/03/0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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